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김 군의 사망 사고 후 5년이 지났다. 그의 죽음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 “청년 비정 규직”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서울교통공사의 생명 안전 업무의 정규직화가 진행됨에 따라 업무 담당자의 고용 형태가 바뀌고 차별의 시정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추가적 인력 충원이나 재원의 투자는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철도 지하철 현장에서 승인된 산재만 670건이나 되었다. 한달에 5, 6건이나 되는 것이다. 그 중 사망 사고도 있었는데, 철도공사가 16건, 서울교통공사가 6건, 부산교통공사가 4건 등 모두 28건이나 되었다. 10년간 철도 지하철 현장에서 해마다 대략 3명이 죽었다는 소리다. 지하철노동자였던 김군은 외주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통계는 잡히지도 못했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시민에게 안전하고 값싸고 편안한 철도 지하철을 만들려면, 충분한 노동력의 채용, 노후 시설 설비의 교체, 안전을 우선한 시스템 확보에 드는 재정 투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김군의 죽음 이후, 우리가 확인한 것은 비용의 지불 없는 고용 전환만 있는 “정규직화 생색 내기”뿐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노동 조건의 악화,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 위기 속에서 일상을 지키는 철도 지하철 노동자들의 수고에 감사하다는 “립서비스” 뒤에서 정작 정부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희생을 더욱 강요한다.
구의역참사 5주기다. 시간은 지났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혼자 일하다 죽는다. 그가 일했던 지하철 현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5주기를 맞은 올바른 추모는 철도 지하철 현장을 바꾸기 위한 정부 투자를 요구하는 투쟁의 결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