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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을 지난 6월 30일에 입법예고 하였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를 한 뒤 12월 정기국회에서 의결을 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ILO 권고 사항을 형식적으로 개선하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현재와 다를 바가 없는 꼼수 개정과 경영계의 요구사항인 노동조합 활동 위축을 위한 개정이 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ILO 핵심협약 중에 우리나라가 비준하지 않은 것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것으로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협약’과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이다. 정부는 이를 비준하기 위해 노조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는데, 해고된 조합원의 근로자성이 부인되는 것으로 보는 규정을 삭제하고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형식적으로 ILO 핵심협약에 맞게 개선하는 것처럼 개정을 하면서 동시에 실질적으로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도록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해고자도 조합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은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고,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 임원이나 대의원은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제한하며,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은 삭제하면서 근로시간 면제 한도 내에서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ILO 개선 권고 사항은 지극히 당연하게도 노동권 향상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노동권 향상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이 형식적으로 ILO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꼼수를 부리는 것은 국민과 노동자를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꼼수 개정뿐만 아니라 경영계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이었던 노동권 약화와 노동조합 활동 위축을 위한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늘이는 것과 생산 및 그 밖의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 등에 대해서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은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관해 사용자와 합의하여 만든 계약서 같은 것이다. 변화하는 노동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협약은 계속해서 개정되어야 하는데, 유효기간이 3년으로 길어지면 그만큼 노동조건 개선은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또한 주요시설을 일부라도 점거하는 쟁의행위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직 경영계의 입장에서 노조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노조법 개정을 할 게 아니라, 경영계가 주장하는 노동권 약화와 노동조합 위축을 위한 노동법 개악을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노동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나 하청·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 사장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노조법 2조 개정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런 부분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노동개악적인 요소만 반영된 이번 개정안은 그렇기에 결코 통과되어서는 안되는 악법이다. 정부와 국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구실로 노조법을 개악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11월 14일 오후 2시 부산시청 앞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하여 노동개악을 규탄할 것이며, 이후 대국회 압박 투쟁을 강화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