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오후, 전국철도노동조합 대전지방본부 사무실에서는 전국 철도・도시철도 운영기관 노동조합들의 운전 대표들이 엄중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그 중에는 이제 막 선출된 대표자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표자도 있었지만, 자기 작업장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분통 터지는 일은 서로 비슷하다는 생각에 곧 한 마음이 되어 한숨을 쉬어가며 동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된 데는 지난 3월 1일, 금천구청역에서 있었던 기관사에 대한 150만 원 과태료 처분을 한 국토부 때문이다.
국토부 때문
평소 기관사들은 자동화 효율화로 인해, 현장에서 승객 안전과 사고 등에 대한 책임이 기관사에게 집중되어 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기관사의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처벌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느낀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의 원인이 된 그 실수나 오류가 크고 또는 고의적이라면 당연히 처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함에도, 중대 사고가 아닌 경우에도 벌어지는 일상적인 처벌에 대해서 기관사들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뿐만 아니라, 시스템이나 설비의 공공연하고 또는 잠복된 장애 가능성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오롯이 기관사에게만 책임을 지우기 때문에 더 억울하게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150만 원(직전까지는 최초 1회 30만 원이었다가 개정됨) 과태료 처분은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 된 것이다.
처벌
이 때문에 그동안 전국 운전 사업장에서는 국토부에게 과태료 처분을 받아드릴 수 없다며, 기관사에 대한 처벌이 아닌 시스템 오류에 주목할 것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하였다.(사진) 그리고 그러한 분노를 담아낸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들고 국토교통부를 찾아가 금천구청역 과태료 처분 건의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나아가 철도안전법 등 과태료 등 처벌의 부당성을 항의했다. 전국 운전 노동자들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논의해가며 그 부당함을 시정하자고도 제안했다. 하물며 국회의원 심상정 의원실을 찾아가 읍소도 했지만, 심상정 의원실의 요구에 국토부는 냉담했음이 확인되었다. 결국 이번 대표자 회의는 국토교통부가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최종적
이뿐만 아니라, 철도경찰대에 의한 과태료 처벌 현황(철도안전법 운전업무종사자 의무 위반)을 보면 철도 사고가 있었을 때 처벌이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데 이는 철도공사뿐만 아니라 철도 외 운영기관에 대해서도 같은 추세란 것이 확인되었다.(그림) 이는 처벌 그 자체는 국가나 운영기관이 종사자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고 등이 있을 경우, 그 책임을 종사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니 국토교통부가 철도안전법과 같은 합법적 처벌 수단을 포기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이에 4월 7일 승무대표자회의에서는 전국 운전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투쟁하자는 데 동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행팀을 구성해 적재적소 적절한 방식의 구체적 투쟁을 준비, 실천으로 연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한, 운전종사자에 대한 처벌은 그것이 비록 사내 징계라 할지라도 과태료와 같은 성격의 처벌이라고 보고 그 부당성을 공동으로 연구하여, 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의 이론으로 삼자고 결의했다.
공동 투쟁
나아가 이런 투쟁들은 눈에 보이는 힘, 세력으로 조직되어 서로를 확인하고 그 세를 시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전국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물론, 이러한 투쟁 일정들은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가 준비 중인 철도안전법 개정 투쟁 일정과 연동되어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