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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공사 조직·재무 구조 효율화 일방 추진

– 과거와의 불길한 데자뷰 … 경제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말라!

위기

코로나19로 인해, 2008년 공황 이후 줄곧 침체를 겪던 세계경제는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코로나 19 위기가 오기 전인 작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지난 10여년간 한국 경제는 연평균 3%대의 추세적인 저성장을 했다고 보고했다. [1] 그리고 얼마 전 5월, 다시 KDI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으며 만약 대규모 기업파산과 실업이 발생할 경우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예측했다.[2]

구조조정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간과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얼마 전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3월 구성한 경영개선추진단TF가 작성한 계획에 따라 2,000억 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 추진 및 조직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안전 인력 추가 증원 없는 600여 명의 인력 효율화” 같은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조직구조, 인력 효율화라는 말은 사실 구조조정을 뜻하는 다른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 계획을 비교적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해당되는 3월에 출발한 비상경영체제가 단 몇 달 만에 준비, 9월 21일 일방 시행하겠다고 한다. 철도노자가 밝혔듯이 “노사 협의 없는 일방적 조직개편 추진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주도

이런 배경에는 철도공사가 스스로 밝혔듯이 코로나19로 인한 승객감소와 재정 적자도 이유겠지만, 이렇게 빠르게 준비되고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면, 실제로는 한국경제가 처한 조건이 더 근본적 배경이 된, 공기업의 솔선수범을 요구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정책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철도노조가 9월 2일 성명에서 분석했듯이 “코로나19 재정위기를 빌미로 한 … 공기업 인력효율화 [기획재정부의] 시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철도공사 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광범위한 수준으로까지 효과를 내리라는 것이다. 예컨대 우선 지난8월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자금난 극복을 위한 서울교통공사 비상경영계획”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는데, 이에 따르면 철도공사와 유사한 구실로 예산 절감, 근무형태 변경 등의 계획이 제출되었다. 철도공사만큼 과격하지는 않았지만 그 뒤에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이른바 “자구책”이라는 이름으로 공기업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전국 공기업과 공공기관으로 확대되고 그 메시지와 효과는 민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책임 전가

그런데, 이같은 구조조정의 효과는 무엇일까? 지난 과거 수십년 동안 자유주의/보수주의 할 것 없이 집권당들은 “효율화”, “비상경영” 같은 말로 일자리를 줄이거나, 퇴직자의 자리를 채용하지 않는 식으로 정원을 줄여 노동 강도를 높였고, 공공 철도 지하철의 안전을 위협했다. 그리고 생산성, 경쟁력, 효율화 등등을 부르짖으며 고통분담, 위기극복을 강조했다. 다시 위기를 마주하고 있지만 말이다. 

도대체 노동자와 시민이 무엇을 그리 잘 못했기에 실제 정책 개발자, 결정자들 대신 이런 몹쓸 수모를 반복적으로 당해야 하는가? 애초에 노동자들이 이 위기의 책임자거 아니다. 저들은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단 한 번 책임 있는 지위를 주거나 의사를 경청하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 핑계는 정말이지 남탓의 절정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한국 정부는 경제 위기의 압력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통제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었다. 경제 활동 위축이 낳을 효과에 대한 우려가 너무 커 감염자 확산을 막는 데 사태의 꽁무니 쫓기에 바빴던 것이다. 이제는 아예 집단감염이 나올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개인과 해당 집단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데 열심이다.

생명과 안전

사태가 이와 같은 바, 전국의 13개 철도 지하철 운영기관의 노조 대표자들인 우리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이번 철도공사 등의 시도를 경제위기 시대, 코로나19 를 핑계로 한 구조조정 시도로 규정한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가 떠안을 수 없으며, 그런 시도 역시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공공 철도 지하철에 대한 구조조정은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는 일이기에 더더욱 묵과할 수 없다. 

이에 우리 협의회는 전국 4만4천여 조합원을 대신하여 분명히 한다. 손병석 사장은 보도 자료를 통해 “공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위기 상황에서…많은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과감한 혁신을 통해 철도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리 협의회는 공사의 미래가 아닌, 철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미래를 위해 어떤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투쟁할 것이다. 

2020 9월 10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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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DI. 현안분석-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2019.5. 

[2] KDI.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 경로 전망. 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