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철도공사 국정감사에서는 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민주당, 경기 남양주갑. 이하 직함 생략)이 2014년 태백-문곡역 간 열차 추돌사고를 환기, 기관사들을 범죄자 취급하듯 하며, 기관사들에 대한 감시 소홀을 꾸짖었다. 이런 태도에 이헌승 국토교통위원장도 거들었다. 다름 아닌 운전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왜 설치하지도 않고 설치한데는 사용하지 않느냐는 것. 조응천은 “그 사고로 한 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쳤다” “그때 기관사가 카카오톡을 하느라 사고가 났다” 하고 말했다. 이어서 “(철도안전법 영상기록장치에 관한 조항은)열차 사고 발생 시 관련 증거 자료 확보 등을 위해 운전실 CCTV 설치 의무화를 한 것”이라고 투덜댔다. 사고, 안전, 노동자 감시와 처벌로 이어지는 간결한 그의 단순한 논리를 기관사들이 어떨까?
또한 조응천은 “현행 (철도안전법) 시행령에 운행정보기록장치가 있으면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운행정보기록장치 있으면 영상기록장치 필요 없나? 감사원도 운행정보기록장치 만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 시행령은 모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한 상태다” 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운전실 CCTV를 설치, 운영하라는 식으로 강변했다. ‘까라면 깔 것이지 왜 말을 안 듣나’ 식의 일방적 태도였다.
그간 국정감사한다며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뭐 하나 제대로 폭로하고 사태를 바로잡으려고 하기는커녕, 온통 대권 다툼에 열중이던 그들이 노동자 감시와 처벌을 하자는 데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서로 “존경”과 “친애”를 붙여주며 화합하는 모습에 지배 정치의 바리케이드의 위치가 어딘지를 확인해 준다.
그런데, 조응천 의원이 제기한 문제들은 사실 팩트나 현장 조건에 기반해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째. 그 날 사고는 기관사가 카카오톡을 봤기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다. 카카오톡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의 로그 기록과 사고 시각과는 한참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고는 운전 중 과실과 이를 방지하는 안전 시스템의 미비가 만든 참극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그래서 현장 종사자들은 운전자 과실을 막기 위한 피로 위험 관리와 안전 시스템에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둘째.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말하는데, 그 지적 사항 세 가지는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던지 현장 종사자들의 비웃음거가 되었을 정도였다. 디지털화, 자동화 되어가는 현재 철도(도시철도) 산업에서 아날로그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이 언급했듯이, 국토교통위원회 내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작년에 심상정 의원 등 11인의 국회의원이 철도안전법의 영상기록장치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위법한” 시행령의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인권 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는 철도 지하철 노동자들이 수만 명이다. 이런 정황을 다 무시하고 운전실에 기어이 감시카메라를 달겠다는 것이 민주적일까?
한편, 위와 같은 국정감사 결과에 때라, 국토교통부는 연내 관련 법 개정을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여기에 맞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승무직종대표자회의 역시 이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