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철도 지하화 쟁점과 공공철도 과제’ 국회토론회 개최
지난 18일 오후 1시 여의도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철도 지하화 쟁점과 공공철도 과제’를 주제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사무총장, 최명호 위원장, 여러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최명호 위원장은 “서울–부산 간 경부고속철도 건설에만 20조 원이 들었는데, 철도 지하화에 드는 비용은 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봤다”며 “철도 지하화 사업이 민자 유치를 통해 진행될 경우, 향후 투자비용 회수를 둘러싼 공방과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최명호 위원장은 철도 지하화 특별법이 “시민의 이동권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뒤로하고, 막대한 사업비와 사회·경제적 부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철도 지하화가 지속 가능한 미래사회의 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의원은 “갈수록 약화되는 풀뿌리 대중교통망은 뒷전에 두고, 수십조를 투입해 멀쩡한 철도를 지하로 집어넣겠다니 당혹스럽다”며 “교통 공공성을 위한 논의를 위해 더 많은 지혜가 모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용인경전철 등 실패한 민자사업을 통해 모든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지 않으면 혈세가 낭비되고, 후세대에게 막대한 부담을 준다는 점을 알게됐다”며 “수십조 원의 재원을 서민주거 안정 등에 활용한다면 더 좋은 정책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태승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인프라에 대한 민자사업 방식은 부족한 재원을 정부가 책임지게 되기 때문에 철도 지하화는 필수적인 구간에 한정하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같은 비용으로 더욱 촘촘한 철도망 확충과 같은 중요한 사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승 교수는 “철도 지하화를 위해서는 전체 인프라의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공급계획에 부합하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며, 추진 과정상 문제가 있진 않은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철도 지하화로 인해 지하철 역세권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호림 교수는 “부동산 개발이익이 일부 개발업자와 투기 세력에게 돌아가고, 공공의 이익이 충분히 환수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며 “현재 철도 지하화 계획은 전형적인 민자 사업 개발 구조로 공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유호림 교수는 철도 지하화에 대한 재정적 부담으로 지방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도 우려했다. 유 교수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역에서 철도 지하화가 오히려 지역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철도 지하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은 기존의 경의선이나 강릉선을 예로들며 “철도를 지하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와 환경적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현우 연구원은 “지하 깊은 곳으로 철도를 이동시킬 경우, 승객들의 이동 시간이 늘어나고 지하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안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철도 지하화가 실제로 기후 위기 대응에 효과적일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유일하게 철도 지하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김우철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 수석전문위원은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철도시설 인근 주민의 불편을 없애고, 녹지공원을 조성하거나 공공택지로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호림 교수는 국토부가 ‘철도 지하화’를 통해 정부주도로 ‘부동산 가격 띄우기’를 할 것이라고 봤다. 국토부가 발표한 ‘사업제안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상부 개발을 통해 충분한 이익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지자체가 지하화 재원을 일부 부담해야 할 수 있다’며 ‘지하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지자체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으니 일부 재정부담은 가능할 것’라고 적시하고 있다. 유호림 교수는 “이 자료만 보아도 철도 지하화의 목적이 주거환경 개선이 아닌 부동산 붐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 지하화 국회토론회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주최했으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철도노조가 주관했다.
한편,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에 이어 24일 국민의힘에서 철도 지하화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향후 철도노조는 공공정책대회를 통해 사회적 의제화를 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