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총력결의대회 개최
기본급조차 인상 안 한다고? 임금체불 231억? 신규개통 노선 인력충원 전무? 6년 넘게 4조 2교대 시범운영? 성과급 차별?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조합원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측 경영진의 무책임을 규탄하고, 합의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최명호 위원장은 “더 달라는 것도 남보다 특별대우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며 “최소한 차별 말고 동등하게 대우하고, 합의를 존중하고, 정부 기준 그대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철도노동자의 요구는 소박했다. 법이 보장한 권한이었지만 철도노동자의 요구는 너무 단순했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임금인상조차 사측이 외면하면서 투쟁에 불을 지폈다. “경영진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푸념에서 보듯이 철도노동자가 느끼는 상실감은 상당했다.
23일 서울역 3번 출구 도로에 집결한 철도노동자는 4천여 명. 서울역 3번출구부터 남대문까지 철도노동자가 가득 도로를 메웠다. 이날 결의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했다. 여기서 더 물러서면 우리 임금과 노동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총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외침이 곳곳에서 들렸다.
작년 이어 다시 치켜든 총파업 깃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최명호 위원장은 “지금의 상황은 합의불 이행과 경영실패가 불러온 것”이라며 “기재부와 국토부, 사측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최명호 위원장은 신규노선에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고, 231억원에 달라는 체불 임금을 지급하고, 성과급 지급기준 정상화하고, 4조 2교대 전환을 승인하고, 노동을 존중하는 안전시스템과 공정한 승진제도 도입 등 철도노동자의 요구를 상세히 설명하며 총파업 투쟁을 강조했다.
5개 본부장들도 투쟁 결의를 높였다. 강정남 서지본 본부장은 “2005년 공사전환 이후 매년 두 명의 철도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한다”며 “인력감축 중단하고, 개통 예정인 서해선–동해선–중부내륙선 운영인력 충원하라!”고 말했다. 변종철 부지본 본부장은 “타 공기업과 동등하게, 노사합의 그대로 성과급 정상화하고, 정부기준에 따라 기본급 2.5% 정액인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창규 대지본 본부장은 “6년째 시범운영 더는 안 된다”며 “기재부와 국토부는 책임 떠넘기기 말장난 중단하고, 4조 2교대 전면시행을 즉각 승인하라”고 강조했다. 홍기현 영지본 본부장은 “철도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감시카메라 중단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형사처벌 개선하라”고 성토했다.
김동구 호남지본 본부장은 “세 번이나 합의했으면 이제는 지켜야 한다”며 “인사위원회 전횡 중단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승진포인트제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세 명의 조합원은 사측을 정조준했다. 박진용 제천차량 조합원은 “재원 운운하며 임금삭감 강요하는 데 경영진의 잘못은 왜 철도노동자가 져야 하냐?”며 “삭감 성과급이 임금을 잠식하는데 경영평가가 뭔 의미 있냐?”고 따져 물었다. 박진용 조합원은 “사장은 신입사원 간담회에서 우리의 낮은 임금이 안타깝고, 성과급 정상화를 말했다”며 “이제 그 약속을 지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충환 청량리시설 지부장 중랑역사고로 순직한 선배를 언급했다. 임 지부장은 “인력을 충원해 열차감시자라도 있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구로역 참사도 똑같은 문제다. 안전한 일터, 가족이 걱정 안 하는 일터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노동환 서울기관차 지부장은 노동감시와 노동통제를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반 평 공간에서 일 40년을 일해 왔다”는 노동환 지부장은 “감시카메라는 기관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며 “우리 노동은 감시되고 인권은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운전실이지만 여기기 무너지면 내일은 철도현장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등장할 것”이라며 “감시와 통제가 일상이 되면 철도노동자는 노동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철도노동자의 총파업 투쟁을 지원하고 엄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사기업에서 노사합의를 어기면 파탄 난다”며 “철도라는 공기업에서 임금체불이나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일이 발생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그는 “철도에서 매년 두 명이 죽는다는 통계가 놀라웠다”고 “그런데도 철도가 안전하게 돌아가는게 신기하다”며 “민주노총 모든 조합원이 철도노동자의 투쟁을 지원하고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균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공통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태균 위원장은 “지금 철도의 상황은 서울지하철과 판박이”라며 “서울지하철도 올해 임금인상 0%, 일하다 죽는 노동의 현실도 철도와 똑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함께 투쟁하고 함께 싸워 궤도노동자의 노동과 생명을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철도노조는 총파업 준비를 호소하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위원장 투쟁명령 15호를 발표했다. 투쟁명령에는 모든 조직을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해 일일 보고하고, 필수유지명단을 제출하며 파업에 따른 임금형평성 기금 조직과 사복 및 투쟁복 착용에 등벽보 부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총파업 깃발을 앞세우고 결의를 다진 철도노조는 사측의 변화가 없다면 11월 전국 거점별 야간총회를 거쳐 총파업 총력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 출처: 전국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