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는 11일 오전 10시 청와대 사랑채에서 ‘폭염 현장순회 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실효성 있는 폭염 안전대책 마련과 운수노동자 노동안전 10대 요구 수용, 노정교섭을 촉구했다. 공항·항만과 도로, 물류센터 등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운수노동자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휴식권과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공공운수노조가 발표한 운수노동자 10대 안전 요구는 적정보수 보장과 장시간·야간노동 근절, 공공교통 안전인력 확보, 공공성 강화 등 장시간·고강도·위험 노동구조 개선을 비롯해 폭염·혹한기 노동환경 개선과 질병·사고 예방, 화장실 이용 보장, 노동안전 사각지대 해소와 산업안전보건 관리체계 강화 등을 담았다. 폭염을 계기로 한 일시적인 대응을 넘어 고용형태와 업종에 따라 달라지는 안전보호 수준을 개선하고 운수산업 전반의 노동조건을 안전 문제와 함께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온열질환에 따른 산업재해가 2020년 13건에서 2025년 77건으로 5년 사이 약 6배 증가했고, 2025년 작업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1천79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은 산재사망 승인을 받았다며 정부가 현장 점검을 넘어 제도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와 작업중지권 등 필수적인 안전보건 체계를 적용하는 한편, 운수산업의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기준법 59조의 근로시간 특례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염 대책을 물과 그늘, 휴식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법 적용과 적정보수, 노동시간 문제를 포괄한 종합안전대책을 놓고 정부와 직접 교섭할 것을 제안했다.
최재환 공항항만운송본부 수석부지부장 직무대행은 공항 활주로와 항만 야드에서 정부의 폭염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현장 조건을 설명했다. 여름철 공항 활주로의 아스팔트 지면 온도가 60도를 넘고 항공기 보조엔진에서 나오는 열기는 50~70도에 달하는 가운데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안전모와 안전복, 안전화를 착용한 채 1~2시간씩 항공기를 점검하고 화물을 싣고 내린다고 밝혔다. 공항 화물창고 내부 온도도 40도까지 올라가고 항만에서는 달궈진 아스팔트와 컨테이너의 복사열까지 더해지지만, 비행기와 선박의 운항 일정과 만성적인 인력 부족 때문에 정해진 휴식시간조차 사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장과 떨어진 휴게시설을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구역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냉방 쉼터와 보냉장구를 제공하고, 휴식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울 적정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폭염 안전수칙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원청과 정부가 하청노동자의 안전에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도로 위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에게 기존 기상관측 기준만 적용해서는 실제 폭염 위험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온이 33도인 날에도 아스팔트 표면온도는 65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자동차 배기열과 오토바이 엔진 열, 헬멧 등 보호장구까지 더해지지만 라이더가 실제로 노출되는 체감온도를 반영할 별도의 지표가 없다는 설명이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배달노동자는 일을 멈추는 순간 소득도 끊기는 만큼 폭염 때 휴식을 보장하려면 고용보험 등을 활용한 가칭 ‘기후실업급여’나 플랫폼이 소득 손실을 보전하는 기후휴업급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달 보수가 계속 낮아지면서 과속과 과로를 유발하는 구조도 안전 문제로 다뤄야 한다며 적정보수제 도입을 요구했다. 실제 쿠팡에서 지급된 폭염할증이 175원에 그친 사례를 제시하며 폭염할증을 포함한 보수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마련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역별 쉼터 설치 책임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동헌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물류센터가 폭염에 취약한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류센터 체감온도가 가장 더운 시간에는 33도를 넘고 일부 현장에서는 35~37도까지 올라간다며,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2시간 이내 20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한 제도만으로 온열질환을 막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물건을 많이 적재하기 위해 설치한 메자닌 구조는 공기 순환을 어렵게 만들어 화재뿐 아니라 폭염에도 취약하다며 물류센터를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다수 노동자가 일하는 작업장으로 보고 냉방장치 설치 의무와 작업공간 적정온도 유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 때 추가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노동자가 위험을 느낄 경우 작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1일과 18일 ‘폭염 지옥 뚫는 투쟁버스’를 운영해 배달·물류·공항 현장을 직접 순회한다. 11일에는 B마트 신림점과 서울복합물류센터를 찾고, 18일에는 쿠팡 본사에서 약식집회를 연 뒤 인천공항 화물청사와 쿠팡 인천4센터에서 현장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야외·이동·물류 노동자의 폭염 실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장별 안전대책을 압박하는 한편, 적정보수와 노동시간 단축, 안전인력 확보 등을 포괄한 운수노동자 10대 안전 요구를 정부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정교섭도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현장 순회투쟁과 대정부 교섭 요구를 병행하며 운수노동자의 노동안전 대책이 실제 일터에서 작동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