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은 수서행 KTX
국토부가 수서~부산 고속열차 운행을 11% 이상 축소해 여수·포항·창원에 투입한다고 했다. 10년 전 박근혜 정권이 쪼갠 고속철도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의 철도통합 정책과 20만 명 이상이 동의한 수서행 KTX 국민청원 결과를 1년 2개월여 만에 뒤집었다.
철도노조는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의 계획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전선과 동해선 승객이 겪었던 환승불편을 부산지역 시민에게 전가하는 행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지역 민원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국토부 정책이 또 다른 시민의 불편만 불러왔다’며 ‘이번 국토부의 노선 확대를 지역갈등과 시민 분열을 조장하는 철도대란’이라고 평가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국토부 해명자료도 문제다. 국토부는 지난 7월 26일 출장보고 결과에서 주말 SRT 운행횟수가 줄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말장난에 불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평일 SRT 운행이 10회 감소하지만, 주말 SRT 축소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좌석이 줄어드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중련(2개 차량을 연결해 1개 열차로 운행) 편성차량을 단편성으로 운행해 좌석 절반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숨겼다.
수서~부산 열차를 감축하는 대신 KTX 증편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언론용에 불과하다. 수서행 KTX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시민들은 갈아타거나 기다리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창원과 포항, 여수 시민이 겪었던 불편을 고스란히 부산~수서 시민에게 전가한 꼴이라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국토부 대책 중 ‘좌석할당’ 상향 조정도 문제다. 국토부는 주중 부산출발 SRT 이용자의 편의 제공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또 다른 지역갈등을 부르고 있다. ‘좌석할당’이란 좌석 중 일정 수를 부산역 승차 승객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도중 승차 시민의 불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수서~부산 고속열차 운행 축소에 따른 부산시민의 발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도중 승차 시민의 이용 제한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대안은 수서행 KTX다. 철도노조가 밝혔듯이 수서행 KTX를 운행하면 수서~부산 고속열차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 포항·창원·여수도 하루 2회보다 더 많은 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진정으로 시민 편익을 위해 수서행 고속열차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서울~부산 간 KTX 증편이 아니라 수서~부산 간 KTX 증편을 통해 좌석 감소 없이 온전하게 시민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철도노조는 ‘수서~부산 KTX 운행은 아무런 기술적 장애가 없고, 철도사업법상 당연사업자로서 추가적인 면허 발급도 필요 없어 국토부가 결정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철도노조는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요구하며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하고 있다’며 ‘12일 부산, 서울에서 조합원 5천여 명 참여하는 총력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4일부터 준법운행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9월 투쟁 시동, 총력투쟁 돌입
철도노조가 8월 총력투쟁을 시작했다. 지지부진한 올해 임금교섭 승리와 국토부의 철도 쪼개기 폭주를 막기 위해서다. 철도노조는 8월 1일 조합원 투쟁복 착용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역 실천행동에 돌입했다.
열차 조합원은 사복에 투쟁복을 착용하고 ‘수서행KTX’를 요구하는 등벽보를 부착했다. 운전 조합원도 사복에 투쟁복을 착용했다. 차량과 시설, 전기조합원은 등벽보를, 운수 조합원은 리본을, 수송조합원은 안전모에 스티커를 부착했다.
동시에 서울과 용산, 부산, 대전, 순천, 영주 등 전국 주요역 조합원 행동도 시작되었다. 조합원들은 주요한 요구를 담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부채와 선전물을 나눠주며 9월 총력투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8월 투쟁의 정점은 12일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 개최하는 결의대회다. 총 5천여 명이 결집할 이번 총력결의대회는 9월 총력투쟁을 결의하는 가교역할을 할 전망이다.
14일부터는 준법투쟁도 시작한다. 준법투쟁은 사규과 규정을 정확히 지키며 근무하는 것으로, 일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태업과 다르다.
올해 임금교섭은 갈수록 태산이다. 사측은 성과급 지급기준 합의를 끝내 지키지 않았다. 지난 7월 철도노동자는 합의 당사자가 합의를 파기하는 진풍경을 목격했다.
신임사장 취임 이후 사측의 교섭태도는 강경일변도다. 가족수당을 공무원 수준을 정상화하자는 의제부터 사측은 ‘영업적자’, ‘정부 지침’ 등을 반복하며 ‘수용불가’만을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사측이 직무급제 전 직원 도입과 통상임금 시수조정, 급식비와 조정수당 통상임금 제외 등을 요구하면서 논란만 커지고 있다. 결국 절차협의에 따라 7월 중 열기로 했던 본교섭도 8월로 미뤄졌다.
심지어 지난 1일 현안실무협의에서 박두호 인재경영실장은 작년 합의정신을 파기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는 ‘작년 합의 당시 주체가 아니라 모르겠다’거나 심지어 ‘작년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투의 발언으로 현안 협의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불합리한 법조항에 따라 남발하는 과태료의 해법을 찾아보자던 작년 노사합의는 박두호 인재경영실장의 막말만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노사 교섭이 꼬여가는 것과 동시에 국토부의 철도 쪼개기도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국토부가 동해선과 전라선, 경전선 신규노선 면허를 SR에 발급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가운데 국토부는 지난 17일부터 SR 기관사 250명이 노선 실습에 들어갔다.
전국 주요한 시민사회단체와 청년, 노동단체가 철도민영화 저지 하나로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부산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9월 1일 수서~부산 노선을 11%이상 감축해 다른 노선에 투입하려는 국토부의 폭주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철도노조는 8월 총력투쟁을 거쳐 9월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철도노조는 17일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