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오류로 600여 승객 한 시간 갇혔다 겨우 탈출 뒤 지하 구간 2km 걸어
무인운전 … 고장으로 멈춘 사례들 있었지만 무시하다가 열차안전원도 안 태운채 달려
최저입찰제 위탁다단계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지적 … 김포시 공영화 앞당겨야
사건 개요
어제(12월 21일) 저녁 퇴근 시간대인 18시 28분, 김포공항을 출발한 김포골드라인의 3292열차가 18시 35분경 다음 역인 고촌역으로 가기 전 지하 선로에서 갑자기 멈춰, 타고 있던 승객 200여명이 지하 대피로를 통해 피난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김포공항에서 18시 32분 출발한 2294와 18시 35분 출발한 2296에 타고 있던 400여 승객들 역시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다. 승객들은 대략 1시간가량 전동차에 갇혀 있었으며 그 뒤 전동차에서 내려 지하 대피로를 따라 대략 2km를 이동, 터널 중간의 비상대피구역으로 갔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있었으며 이동 중에 넘어져 다치는 일도 있었다. 이 사고로 전 구간의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었다가 3시간을 조금 넘긴 9시45분 경 복구되었다.
김포골드라인은 총 23.67km로 김포공항역에서 양촌역까지 10개 역을 달리는데 기지가 있는 양촌역을 제외하고 전부 지하구간이며, 2량 1편성에 무인 자동 주행한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전동차의 종합제어장치의 중앙처리보드에 고장이 났거나 동작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오류는 있을 수 있으며 오류가 일어났기 때문에 전동차가 적절하게 멈춘 것이다. 만약 오류가 났는데도 계속 달렸다면 퇴근 시간대에 이 구간에 있던 600명(하행을 탄 승객만)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안전하게 승객을 이동 또는 대피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느냐 하는 것인데, 이번 사고로 김포골드라인에는 그런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진정한 문제는 안전 시스템의 부재
우선 사고 전동차에는 기관사가 없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궤도협의회)는 아무리 높은 기술력의 무인 경전철이라도 기관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탑승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 날 사고 전동차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회사는 이와 관련,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감염증 확산 우려”를 제기해 열차안전원을 태우지 않았다고 했는데 터무니 없는 변명이다. 궤도협의회 소속 김포도시철도지부 노동자들이 개통 전부터 오늘까지 안전 문제와 인원 충원을 계속 요구했던 것을 돌아보면 말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사고 대응 미숙이 가장 눈에 띤다. 승객들의 불만이 가장 많았던 안내방송이 없었던 일은 전형적인 예다.
무인운전, 사라진 기관사
사실, 김포골드라인에 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수차례 고장이 나 열차 지연 사태가 벌어지면서 김포시장이 직접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따라서 21일 사고 전 예고는 있었음에도 안전시스템의 부재는 계속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안타깝게도 오늘 사고가 이후 대형 사고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예고편
하지만 이런 불안감에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궤도협의회와 노동조합이 누차례 지적했듯이 최저가 입찰제로 도시철도 운영을 맡긴, 지금의 다단계 구조가 지속되는 한 사고는 반복될 것이 뻔하다. 얼마전까지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주)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제대로 인상해주기 어려울 만큼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실제로 5년간 총 60억 원의 운영비 적자가 이미 점쳐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김포골드라인(주)는 김포도시철도를 근근히 운영하는 중이며, 열차안전원 배치를 줄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김포시는 이 같은 구조를 청산하고 김포도시철도의 공영화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로만 그쳐선 될 일도 아니며 정치적 선택의 문제도 아님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김포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면 그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