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9일(화) 14:00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부산지역공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 부산공공성연대, 부산교통공사노동조합, 부산도시공사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지하철 사장 후보로 내정된 한문희의 지명 철회를 박형준 시장에게 요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바로 전날인 8일에는 부산시의회가 부산지하철 사장 후보와 부산도시공사 사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뒤였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 같은 맥락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는 양미숙 공공집행위원장(부산공공성연대)의 사회로 시작한 이 기자회견에는 이영수 지부장(부산신용보증재단),서영남 위원장(부산지하철노조), 조준우 위원장(부산도시공사노조)이 발언했다. 아래 기사는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이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018년 부산시와 시의회 간의 협약으로 시작되었다. 그 해 6개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고, 시의회는 2개 기관장(부산교통공사, 스포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시장이 시의회의 부적격 판단을 존중하여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하면서 시의회와의 협치기조는 이어졌다.
박형준 시장이 2021년 4월 취임한 뒤에도 부산시는 시의회와 다시 협약을 맺어 인사검증 대상을 6개 기관에서 9개 기관으로 확대하여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사장에 대해 시의회는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박형준 시장이 당선된 후 취임 일성으로 한 말이 ‘독주와 독단 없이 통합과 협치를 기반으로 미래혁신비전을 수립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박형준 시장이 시의회의 부적격 판정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들린다.
박형준 시장이 시의회와 협치를 하겠다는 것, 독주와 독단없이 통합과 협치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것은 그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는 말이었나. 아니면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립서비스였나. 시의회의 부적격 판정을 받고도 임명을 고민 중이라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한문희 부산교통공사 사장 후보자는 2016년 철도파업 당시 대량 징계,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로 박근혜 정부 적폐 세력의 원죄가 있는 인물이고, 골프접대를 받아 징계 이력도 있는 인물이다.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사장 후보자는 퇴직 후 부동산 업체로부터 4년간 16억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받고, 태극기 집회에도 참여하여 2017년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였을 때에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에 대해 부산시의회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부산시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박형준 시장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본인이 협치를 운운했던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뜻이다. 시의회의 부적격 판정도 무시하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도 무릅쓰고 독주와 독단으로 임명을 해놓고 다음에 또 다시 시의회와 시민단체, 노동조합에 협치를 당부할 생각인가? 그 때 가서 박형준 시장의 시정 기조가 통합과 협치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또 다시 할 생각인가? 그것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아직 늦지 않았다. 물론 임원추천 과정에서 이런 문제 있는 인물이 처음부터 걸러졌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문제가 발견됐다면 얼른 문제를 바로 잡는 것도 능력이다. 괜한 고집을 부리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과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박형준 시장은 시의회의 부적격 판정에 지체없이 지명을 철회하길 바란다.
만약 임명이 강행된다면 이번 사태는 결국 박형준 시장의 협치 운운하던 기만일 뿐이었고, 속내는 적폐 부활 시도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부산시민과 함께 박형준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