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드러난 민자철도·지하철 사업의 민낯
– 철도노조 미디어소통실
‘철도·지하철 민간투자는 효율적인가?’를 묻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사뭇 진지했다. 현재 민자철도 사업자가 우후죽순처럼 증가하는 상황에서 민간투자가 서비스를 개선하고, 정부 지출을 줄인다는 해묵은 주장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철도노조를 비롯해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5월 공동 발주한 연구용역보고서 결과 발표를 겸했다.
토론에 앞서 진행한 개회식 발언 대부분이 민자투자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검증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자투자의 정부 재정 절약 논리가 실제 효과 있는지 확인하고, 나아가 철도산업 방향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박상혁 의원은 윤석열표 철도 민영화 3종 세트를 언급하며 공공성 훼손 우려가 커졌다고 했다.
박인호 위원장은 “민자투자 사업을 편견없이 조명하고 싶었다”며 “이 자리를 통해 민자투자의 실체가 드러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박인호 위원장은 “합리적 대안이기에 국토부도 반대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수서행 KTX를 운행해 600만 시민 불편을 해소하자”고 국토부에 거듭 제안했다.
이밖에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명필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상임의장이 인사말을 했다.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과 최인호 국회 교통위원회 간사는 서면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민자철도 당연시되는 분위기 놀랍고 아쉽다”
이날 책임연구원으로 사업을 이끌었던 전현우 연구원은 ‘민자철도에 대한 약간의 기초적 사실’이란 주제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민자철도 인식을 문제 삼았다. 또한, 전현우 연구원은 정부의 4차 철도망 구축계획을 언급하며 정부의 민자철도 확대 기조를 정조준 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최근 외국은 민자사업을 줄이는 추세’라며 전현우 연구원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2018년부터 2020년을 매우 특별한 시기로 규정했다. 이 시기 외국의 민자사업은 전반적으로 퇴조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예외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민자철도가 경영 개선에 둔감한 이유
코로나19로 이용자가 급감했지만 민자철도는 오히려 영업이익은 증가한 경우가 많았다. 신분당선과 인천공항 철도가 대표적인데, 이유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 지원에서 민자철도를 포함해 적자을 보전했지만, 공적으로 운영 중인 철도와 지하철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적자를 키웠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현재 민자사업자가 경영이나 서비스 개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이상한 구조가 조성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국토부의 보장이윤 관련 협약서의 비공개로 구체적 내용 확인은 어려웠다’고 아쉬워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자사업은 민간건설업자에게는 건설 수주받는 영리사업이고, 민간과 금융 주주에게는 임대료를 보장하는 금융상품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이를 이유로 이영수 선임연구위원은 민자사업에 창의와 효율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영수 선임연구위원은 “이들의 유일한 관심은 빨리 수익 내 먹튀 하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시민 편익이나 공공성은 관심 밖”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영수 선임연구위원은 ‘민자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당연시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자철도가 효율적이라는 건 환상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민자철도가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오인 국장은 “정부가 정보공개를 꺼려 분석에 한계가 많았다”고 전제한 뒤 △민자사업의 형식적 경쟁 △과다 지급한 정부의 건설비 보조 △민자철도의 비싼 운임을 지적했다.
권오인 국장은 “정부는 KTX와 SRT의 경쟁을 강조하지만 정작 민간사업의 경쟁은 소극적”이라며 평균에도 못 미치는 입찰자 수를 공개했다. 또한 “공사비가 부풀려 책정되는지의 여부와 별도로 정부의 건설비 보조가 공사 전체금액의 50%에 육박하는 점을 볼 때 과다 지급 여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권오인 국장은 민자철도 별도운임도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철도와 민간철도 운임은 최대 1600원 정도 차이가 났다. 권오인 국장은 “민자철도에 별도운임을 만들어 시민에게 전가의 문제가 정당한지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자사업자에게 지급한 정부 지급금도 도마에 올랐다. 권오인 국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민간업자의 최소운영수입 보장과 최소비용 보전으로 정부가 지급한 금액이 총 35조 9천억 원에 달한다”며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권오인 국장은 “이 정도 비용이라면 차라리 공공으로 하는 게 맞다”며 “국토부가 민자사업을 늘리는 이유가 철피아 자리 보장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민자보다 정부가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강갑생 기자는 그 이유로 민자철도의 비싼 운임을 지목했다. 다만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더 많은 철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오늘 나온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수호 국토부 철도산업투자개발과 과장은 “민자사업 전체가 모두 단점만 있는지 의문”이라며 “드러난 문제점은 모두 개선 중이고, 공공성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수호 과장은 “민자철도의 운임이 비싸기는 하지만 1천 원 정도의 차이는 시민이 부담해도 될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4명의 발표자 모두는 정부의 투명한 자료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태승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사회로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전현우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이 발제를 했다.
지정토론은 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와 정수호 국토부 철도산업투자개발과 과장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