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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다가온 감시카메라 운영

순순히 감시당하기를 거부하자

지금까지 철도현장을 난도질하기 바빴던 국토부다. 철사경을 앞세워 기관사에게 과태료와 벌금 물리는 데 혈안이다. 핵심업무들을 쪼개고 외주화하는 데 몰두한 결과 현장 곳곳의 시스템에 오류와 장애가 방치되거나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 철도현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이 안전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끊임없이 방해해온 자, 바로 국토부다.

감시카메라는 사고의 원인을 기관사에게 덮어씌우고 정부와 공사의 책임을 피하려는 술책이다. 연구보고서를 통해 사고 원인으로 ‘기관사의 일탈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란다. 기관사를 사고가 나건 말건 상관없다 여기는, 아니 일탈하고 싶어 안절부절 못하는 양아치로 묘사하고 있다.

기관사는 작은 운행장애 한 번에 직위해제를 당해 골방에서 빽빽하게 반성문을 쓰고 이후 몇 년 동안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많은 동료들이 자괴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세상을 등져왔다.

어느 누가 일부러 이런 모욕과 자괴감에 빠지고 싶어하겠는가. 그런데 국토부와 그 연구용역 패거리는 기관사의 ‘일탈하고 싶은 마음’을 차단하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한다고 한다. 기관사들이 여태껏 고분고분 참아 오니, 이제 대놓고 온 국민 앞에 기관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전시하고 철도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만능 희생양부터 준비해 놓겠다는 심산인가.

우리는 국토부의 방패가 아니다. 희생양도, 노예도 아니다. 순순히 범죄자가 되지 말자! 고분고분 감시당하지 말자!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철도안전 책임을 방기해 왔는지, 우리가 얼마나 모욕적인 조치를 당해왔는지, 저들의 감시와 처벌의 칼날이 나와 동료의 삶을 겁박해 왔는지, 그동안 억눌러 왔던 울분을 함께 토해내자. 국토부의 기관사 감시 공작에 맞서 단 한 점의 후회도, 단 한 명의 아쉬움도 남기지 말고 힘차게 투쟁하자.

-정동기 / 전국지하철철도노동조합협의회 승무직종대표자회의 의장, 철도노조 운전국장

 

연구용역 중간보고서 분석

노골적인 운영 목적 적시
▸ 기관사 경계유지 및 대응
▸ 기관사 일탈행위 방지

편파적 자문
▸ 현장과 노동인권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하고, 사측 관리자와 관료 중심의 자문단 일색

답정너 원인분석
▸ 사고원인 : 기관사의 사적공간 인식, 일탈행위 욕구, 경계상태 미진, 졸음, 피로
▸ 해결책 : 기관사에 대한 처벌강화, 일탈 사전봉쇄, 지속적 자극 등

아전인수 사례소개
▸ 철도시스템, 신호체계 낙후 민영철도사 위주의 미국, 캐나다 운영 사례
▸ 철도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운행밀도가 높은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미설치
▸ 왜? 철도 선진국일수록 감시카메라를 운영하지 않는지 미답변
▸ 미국, 캐나다 사례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 등 데이터 없음

추가된 문제
▸ 용역 이전 : 형식적이지만 사고조사, 원인규명에 방점. 손만 촬영 등 인권침해 요소 등 대안 마련 공감
▸ 용역 이후 : ‘경계유지’, ‘일탈행위 방지’ 등 노골적인 노동감시 목표. 전체 촬영, 2개 이상의 카메라 등 광범위한 확대

 

답정너 감시카메라 저지,
건강한 노동과 철도안전을 지키는 길

국토부가 운전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핵심 이유를 두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정확한 사고조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과 기관사들의 일탈행위 방지로(이래서 감시카메라) 철도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가 불거졌던 초기에는(15년 경) 전자가 핵심적인 이유였지만, 지금은 감시카메라 설치는 ‘해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일 수 있는 이유로는 감사원의 지적사항(2019년), 국정감사 지적사항(2021년, 조응천 의원)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야한다는 행정적인(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요약하면 결국 행정적인 문제를 빌미삼아, ‘기관사들의 일탈행위 방지로 철도안전 향상’이라 포장해, 철도사고의 원인을 손쉽게 전가할 해결책(기관사만 잘하면 만사 오케이)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로 보자면 국토부가 ‘감시카메라 설치’를 왜 정답지로 고집하는지 명확해진다.

발생하는 중요한 효과는 두 가지다. 우선 철도안전법의 형사처벌과 결합해 기관사들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과 지속적으로 필요한 철도안전 시스템과 제도 개선 노력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효과는 사실 의미상 후자의 문제로 귀결된다. 철도안전사고의 원인을 표면적인 몇 가지 현상에서 찾자면, 드러난(감시한) 행위를 지적하는 것만큼 손쉬운 일이 없으며, 그것을 법적 처벌로 단죄해내면 정작 필요한 철도안전 시스템 개선에 주목해야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투쟁과정을 통해 감시카메라 저지, 철도안전법 개정 등 ‘감시와 처벌’에 대응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철도안전 향상’을 가로막게 될 심각한 장애물을 걷어낸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 당장에 ‘나’를 건드리는 피곤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평범한 욕구에서 접근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철도안전의 실질적인 향상’을 지켜낸다는 자부심으로 단결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의 건강한 노동을 지키며, 철도안전을 해태하게 될 흐름에 제동을 걸고, 철도안전을 발전시켜 나갈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결정하게 될 중요한 투쟁이다. ‘답정너’ 같은 태도로 ‘감시카메라’가 ‘철도안전을 향상시킬 것’이라 선동하는 국토부의 정책의지를 넘어서려면 우리의 투쟁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토부의 ‘답정너’ 감시카메라 정책을 서둘러 끝내고, 철도안전시스템을 두고 겨루어 보자!

-철도노조 정책실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중단을 위한
궤도 승무직종 조합원 총력결의대회

2024.1.29.(월) 14:00, 국토교통부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