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수 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레일노동저널은 올해부터 철도・도시철도산업의 전문가들을 칼럼니스트로 초청, 철도・도시철도산업의 기술혁신, 정책, 노동보건, 노사관계에 관한 쟁점을 정기적으로 실을 계획이다. 특별히 “전문가 칼럼”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3월 9일 20대 대통령선거에 즈음해, 철도・도시철도산업의 전반을 돌아보고, 차기 행정부의 과제 그리고 현장 조합원들에게 어떤 행정부를 선택할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총 4편에 걸친 연속 칼럼으로 독자에게 첫 인사를 하고자 한다. 단, 칼럼의 내용은 레일노동저널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저작 등에 관한 필자의 권리를 옹호함을 밝힌다.
한국철도산업의 부흥이라고 부를 만큼 철도・도시철도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가균형발전과 남북철도연결 대비를 위해, 국가철도망을 2030년에 1천 km 이상 늘려 5,340km까지 만들겠다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하였다. 철도 건설에 대한 재정투자도 전향적으로 늘려 2020년부터 철도 예산이 도로 예산을 넘어섰다. 2024년까지 철도・도시철도에 대한 재정지출은 연평균 6.8%가 증가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대응, 고령화 인구변화, 수도권 집중과 메가시티 육성이라는 사회경제 여건이 도로와 자동차에서 철도와 대중교통 중심으로의 교통정책 수정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듯하다.
부흥
한국 철도산업의 부흥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면에 부흥의 과실을 사유화하는 철도민영화의 우회적 추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우회적 민영화란 통신과 전력산업의 전례처럼 신규 철도노선의 민영화를 통해 기존의 공공철도를 포위하고 상업적 경쟁으로 내몰아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우회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가리킨다. 문재인 정부는 철도공공성 강화를 공약하고도 KTX-SRT 통합을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우회적 민영화에 가세했다.
우회적 민영화
우선, 신규 철도노선의 건설・운영에 있어 요금인상, 안전위협, 세금낭비, 노동착취를 야기하는 민간투자, 민간위탁이 축소되기는커녕 유지 확대되었다. 현재 국가철도에서만 민간투자사업이 13개 노선 481Km에 이르고, 11개 민간사업자가 철도를 운영 또는 건설 중이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GTX A, B, C 노선을 비롯하여 신설형 광역철도로 경제성 있는 노선을 원칙적으로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제 한국 철도산업에서 민간자본은 진입을 노리는 외부자가 아니라, 건설과 운영을 직접 담당하는 내부자가 되어 퇴직 관료를 등에 업고 철도민영화 확대를 요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내부자
다음으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전염병 재난으로 인한 승객 감소와 도시철도 노인무임 등 공공서비스의무(PSO) 미보상 누적으로 인한 철도, 도시철도의 적자 급증에 대해 – 대규모 재정지원에 나선 다른 나라와 달리 – 장기간 방치하였다. 이로 인해 철도 도시철도 상업화 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안전 위협과 요금 인상 압박이 가시화되었다.
적자 급증
이번 대선을 보면 이런 흐름이 다음 정부에서도 큰 변화 없이 계속되며 더 악화할 듯하다.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후보는 지역별로 철도건설에 대한 수많은 공약을 하였지만 10대 공약에는 철도공약이 빠져 있다. 소속정당인 국민의힘의 전력에 비추어 우회적 민영화 확대는 물론이고 SRT 분리 확대 재개로 역주행할 가능성이 높다.
경합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KTX-SRT 통합 공약을 다시 하고 도시철도 노인무임에 대한 재정 지원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벽을 넘지 못한 문재인 정부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10대 공약에는 도로 항공 중심의 교통체계에서 철도교통체계로의 대전환만 포함되었고, 민자사업은 축소하지 않고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통한 PSO 지원 확대와 철도 중심의 광역교통망 확대. 청소년 지하철 요금의 단계적 무상화를, 진보당의 김재연 후보는 KTX-SRT 통합과 철도 전면화를, 노동당의 이백윤 후보는 KTX-SRT 재통합과 지하철 버스의 공영화에 기반한 통합공공교통체제 구축을 10대 공약으로 걸었다. 진보정당의 대선후보들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약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내놓았지만 차기 정부의 철도정책을 견인할만큼의 지지율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이번 대선에서 남은 기간 철도・도시철도 노동자들은 우회적 철도민영화가 아니라 철도공공성 강화로 나갈 수 있도록 선거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들의 문제와 한계를 감안하고, 새 정부의 우회적 민영화를 분쇄하기 위해 한 단계 강화된 공공성 투쟁을 위한 조직적 태세와 발전된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함께 고민할 두가지 실천 과제를 제안드리고자 한다.
실천
첫째, 민중(시민)의 요구에 기반하여 공공성 투쟁의 주체와 동력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철도・도시철도 노동자들의 요구와 동력에 기반한 공공성 투쟁만으로는 계획과 건설단계에서 해당 철도지하철 노동자가 부재한 신규노선의 민간투자,민간위탁에 맞서 힘있는 투쟁 주체 조직이 어렵다. 또 철도・도시철도의 적자 해소와 관련해서도 노동자의 노동조건이나 이용자의 요금수준과 맞물려 조건부 재정지원을 이야기하는 정부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안전, 저렴한 요금, 무임, 할인의 유지 확대, 통합적 운행서비스에 대한 철도・도시철도 이용자의 요구를 기반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결합, 이용자와 함께 동력을 형성하여 적극적으로 연대투쟁을 조직함으로써 승리의 전망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운영단계에 있는 민간위탁 자회사나 민간사업장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철도・도시철도산업 노동자의 최저기준을 확보하고 상향 평준화하는 산별운동을 발전시켜 전체 철도지하철 노동자의 노동권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이와 같이 주체와 동력이 확장된 공공성 투쟁전략으로 고속철도 통합, 민영철도의 재공영화 투쟁, 코로나 적자와 도시철도 노인무임 등 PSO 재정지원 투쟁을 발전시키고. 수도권 광역철도를 재편하게 될 GTX의 분리민영화 저지와 공영화 투쟁을 본격화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략과 연계한 공공성 투쟁 전략이 필요하다. 정책협약과 같은 정책개입 전략과 투쟁 전략만으로는 우회적 민영화를 막거나 재통합, 재공영화를 전진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교통기본법 제정,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도시철도법, 철도안전법 전면 개정, 철도건설 및 운영 지원 예산의 확보, 철도・도시철도 노동자들과 이용자들의 정책 결정 참여 제도의 확보 등 모든 공공성 강화 요구는 정치적 역량 강화를 통해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법 제도 개혁과 예산의 요구다. 노동자 중심의 진보 정치 혁신과 연대연합을 통해 새로운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나섬으로써 공공성 투쟁의 법제도, 예산 요구 실현을 한 단계 전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