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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신당역 젠더폭력 살해사건 4주기 <변하지 않는 일터내 젠더폭력,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일터 내 젠더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위한 사업주 책임 강화와 서울시·서울교통공사의 외주화·인력 감축 중단, 온전한 2인 1조 근무제 시행을 촉구했다.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 비준과 국가 차원의 젠더폭력·괴롭힘 근절 종합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장은 성희롱·성폭력·스토킹·교제폭력 등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폭력을 구조적 성차별에서 발생하는 젠더기반폭력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 제정이나 가해자 처벌, 매뉴얼 강화만으로는 피해 예방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며 국가와 사업주의 책임을 노동권과 산업안전의 차원에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과 괴롭힘 없는 일터에서 일할 권리를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규정한 ILO 190호 협약 비준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9월 11일 국회에서 협약 비준 전략 토론회를 열어 관련 법·제도 개선과 국가·사업주의 의무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신당역 사건을 직장 내 젠더폭력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한 노동안전 문제로 규정하고, 사건 이후 마련된 장비나 지침만으로는 현장의 위험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자가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는 ‘온전한 2인 1조’가 노동안전의 기본 조건이라며 실질적인 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가 2인 1조 순찰지침을 마련했지만 2026년 7월 기준 근무조 자체가 2명뿐인 조가 214개로 전체의 20%에 달하고, 신규채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2027년 1월에는 3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외주화와 인력 감축을 중단하고 정규 안전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함께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세옥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직장인 설문 결과를 근거로 젠더폭력 피해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일터에 넓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가 매년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직장 내 성추행·성폭력 경험률은 2022년 17.3%에서 2026년 15.4%로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으며, 성희롱이나 성추행·성폭력 피해자 상당수는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참고 넘어가거나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젠더폭력을 신고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경우 2차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본 응답도 72.3%에 달했다. 현행법이 사업주에게 예방과 피해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피해자와 가해행위자의 분리, 정보 접근권 제한, 전문적인 고충처리 체계와 통합적인 젠더폭력 대응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스토킹 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국가의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제재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6 한국의 성인지 통계’를 인용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천23건이던 관련 범죄 입건 건수가 2024년 1만3천533건으로 증가했지만, 2024년 기소율은 50.5%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 지급이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요구하는 방식보다 가해자를 신속히 분리하고 접근 여부와 동선을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에도 신당역 사건 이후 약속한 안전대책을 실제 근무체계에 반영해 2인 1조 출동이 가능한 인력을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아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와 신당역 사건 4주기를 연결해 젠더폭력 피해를 기억하는 사회적 행동이 제도와 인식을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남역 10주기를 맞아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전국을 순회하며 여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약 8천명이 여성선언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하며, 반복되는 젠더폭력을 막기 위해 피해 신고 이후 적극적인 보호조치와 직장 내 안전대책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젠더폭력 사건에서도 피해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스토킹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피해자 보호, 일터의 안전을 결합한 사회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2인 1조 인력 확보와 함께 젠더기반폭력 자체를 사업주가 관리하고 줄여야 할 산업안전보건상 유해·위험요인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배치뿐 아니라 휴게실과 샤워실 같은 시설, 조직문화, 업무 역할 등 일터 전반을 점검해야 하며 여성과 소수자가 위험하다고 말해온 문제를 기존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출발점을 피해 발생 이후의 신고와 조치에서 사용자의 사전 예방의무로 옮기고,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출퇴근·교육·숙소 등 노동과 연결된 영역까지 예방조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현장의 위험을 직접 평가하고 개선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반복되는 일터 폭력을 막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신당역 사건 4주기를 계기로 젠더폭력을 개인 간 갈등이 아닌 노동권과 노동안전의 문제로 다루도록 사업주의 예방·보호 책임을 강화하고, 서울지하철의 외주화와 인력 감축 중단 및 온전한 2인 1조 근무체계 구축을 계속 요구할 계획이다. 공공운수노조는 9월 11일 ILO 190호 협약 비준 전략 국회토론회를 시작으로 협약 비준과 관련 법·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참가 단체들은 피해 발생 이후 대응에 머물지 않는 국가 종합대책과 사업주의 사전 예방의무 강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제도와 인력이 현장에 자리 잡을 때까지 일터 젠더폭력 근절과 노동안전 강화를 위한 대응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