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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전철 노동조합이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용인경전철의 문제를 폭로하고  이를 공영화할 것과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통한 안정적 인력 운영을 요구했다. 그리고 12월 30일과 31일 이틀간 파업을 하고, 18일부터는 안전 운행 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업 투쟁

노동조합은 올해 1월 29일 창립총회를 연 뒤,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을 각각 5월과 10월에 시작, 단협 교섭은 본교섭 11회, 임금 교섭은 본교섭 6회를 실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12월 9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노동조합은 이보다 앞선, 11월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재적 140명, 투표율 100%, 찬성율 98.57%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정규인원은 정규직으로 채용 △합의없이 시행된 탄력근로제 폐지 △임금 테이블 신설 △임금격차 감소를 위한 정액인상 △본사와 차별적인 복지후생 개선 등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근본 원인인 다단계식 운영 체계의 개편과 공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용인경전철은 “용인시-용인경량전철(주)-네오트랜스(주)-네오트랜스 용인지점”이라는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구조는 2017년 파업했던 서울 지하철 9호선 1단계의 상황과 유사하다. 9호선 1단계는 현재 시행사가 직접 운영하며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지만, 용인의 경우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다단계 방식

용인 경전철의 경우 시행사인 용인경량전철(주)라는 금융기관이, 용인시가 물어야 했던 수천억 원의 공사비 중 2800억 원을 대출해주고 이자와 원금을 회수해간다. 이자율은 3.5%로, 해마다 85억 원이나 되는 돈을 가져간다. 대신, NH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인 이 회사는 용인경전철을 2013년부터 2043년까지 30년간 운영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30년

그 후 용인경량전철(주)는 용인경전철의 운영을 두산건설의 계열사인 네오트랜스(주)에게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위탁했다. 네오트랜스는 다시 신분당선을 운영하는 민간 도시철도 운영사로 용인경전철을 운영을 위해 “용인지점”이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용인시로부터 해마다 265억의 최소 운영비를 받는다.

이 구조는 용인 경전철을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수익과 용인시민의 세금이 사방으로 줄줄 새도 어쩔 수 없다. 당연히 이 구조 때문에 노동자들의 처우 악화, 질 낮은 서비스와 위험의 증가는 불가피했다.

줄줄 새는 세금

노조의 이석주 지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265억의 운영비를 가져가는 네오트랜스는 최소 운영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 실제로 네오트랜스 용인지점은 2017년에는 39억, 2018년에는 11억의 이윤을 남겼다. 이 액수는 네오트랜스 전체의 절반을 넘는 규모였다. 이 많은 돈을 기업에 몰아주고 있는 용인시는 네오트랜스의 관리 감독 기관이지만, 관리 감독은 커녕, 그 돈에 대한 회계 감사조차 못한다. 게다가 기업으로부터 법인세 등 세금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다. 법인이 성남에 있기 때문이다.

대신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은 본점의 직원보다 못한 처우를 받는다. 그리고 이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제대로 된 임금테이블이 없는 상황에서 운영되는 연봉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예컨대 2012년 신입사원의 초봉(기본급)은 2,870만 원이었지만, 2019년에는 2,700만 원이었다. 같은 시기 최저임금은 82.3%가 올랐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 같은 일을 하는 본점 직원들은 성과급, 휴가비, 명절 상여금 등 지점 직원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대우를 받는다고 노조는 말했다.

차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이직이 많다. 노조에 따르면, 고객지원팀은 정원 74명 중 이직자가 48명이나 되어, 개통 당시 멤버는 30명만이 남았다. 관제팀의 경우 정원 17명 중 작년에만 8명이 이직을 하였고 운영 인원이 부족하여 8개월 넘게 비상근무를 했다. 여기에, 더욱 놀랍게도 결원이 발생해도 회사는 인턴을 충원하거나, 철도나 서울교통공사에서 정년을 넘긴 퇴직자를 업무직으로 채용한다. 공기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민간 운영사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결과적으로 높은 이직, 이윤에 눈먼 기업, 차별.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용인경전철의 위험을 높였다. 지난 11월 23일 기흥역에서 일어난 사고는 용인경전철 운영의 잠재적 위험을 표면 밖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 사고는 열차 고장이 났음에도 비정규직 인원이 수습하지 못한채 25분 이상을 지체하면서 벌어졌다. 경험있는 직원이 수동으로 전환, 1분만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노동조합은 파업을 통해 용인경전철의 안전을 확보하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도시철도 민간 운영사의 탐욕 때문에 노동자들이 참아야 하는 억울함도 풀고자 한다.

억울함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인의 교육공무직 노동자인 성지현씨는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의 요구는 이기적이거나 상식 이하의 발상이 아니다. 용인경전철의 안전을 요구하는 투쟁이다. 시민도 함께 투쟁해야 하는 것이다. 경전철의 정상화 그리고 이들이 직고용되는 날까지 시민으로서, 같은 노동자로서 앞장 설 것이다.” 하며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강효찬 집행위원장은 “전국의 철도지하철 4만2천 노동자들의 궤도협의회는 용인경전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투쟁할 것임을 천명한다. 용인시가 시급히 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하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