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공공운수노조는 15일 오후 1시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정책대의원대회를 열어 현시기 산별 운동의 상황을 진단하고 중장기 산별 운동 실천 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노조는 산별운동에 대한 지향과 과제를 설정하는 한편 공영화와 모두의 단체협약 등 실천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정책대의원회에는 290여 명의 대의원과 현장 간부·대표자들이 참석했으나 임시대의원회 재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안건 의결과 결의문 채택 없이 현장 지정토론과 종합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현재 산별노조가 처한 여러 문제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산별노조운동 평가와 진단, 발전 전략 논의, 산별교섭 로드맵 연구, 운동노선 연구보고서 제출 등의 과정을 밟아왔다고 이번 정책대의원회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그 결과에 따라 산별 노조 운동의 실천 과제로 ‘공영화’와 ‘모두의 단체교섭’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공영화 투쟁은 소유 구조를 넘어 공공적 성격의 서비스에 공공적 시스템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원칙이며, 모두의 단체교섭은 노정교섭·집단교섭 등 초기업 교섭의 실현과 함께 공공성을 지역사회·시민사회 차원의 의제로 확산하자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엄 위원장은 실천 과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공운수노조의 단결이라고 강조하며,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에 걸쳐 현장 토론을 진행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대의원회 토론을 시작으로 200개 기본조직과 1,000개 교섭 단위를 하나의 실천으로 모아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를 함께 완성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조발제를 통해 ‘사회공공 노조운동’을 전략적 운동노선으로 제시했다. 이는 ‘사회공공성’을 중심으로 사회적 의제와 정책을 구축하고, 공공서비스 수요자인 시민사회·지역사회와의 사회적 연대 및 새로운 정치적 주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신자유주의 민영화·시장화 공세에 맞서는 대항을 지향하고, 공공서비스 확대와 불평등 축소의 대안을 제시하며, 혐오·차별·경쟁 담론에 맞서는 연대를 강화하고,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5개 지향을 선언했다.

이 운동노선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권과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연계·강화하는 실천·투쟁 과제, ▲기업별 교섭을 넘어 초기업교섭·노정교섭·모두의 교섭으로 단체협약을 확장하는 교섭 과제, ▲현장의 공공성 요구에 기반해 산별노조의 집중성을 높이는 조직강화 과제, ▲사회운동과 진보정치 강화에 기여하고 연대를 튼튼히 하는 사회연대 등 4개 실천 과제가 제시됐다. 이 4개 과제는 공공성과 노동권을 연결·강화하고, 사업장을 넘어 사회운동·진보정치 세력이 함께 교섭과 투쟁을 전개하는 전략적 경로로 설계됐다.

또한 이를 구체화하는 2개의 실천 전략으로 ‘공영화’와 ‘모두의 단체교섭’이 제출됐다. 공영화는 단순한 소유권 이전이 아닌 민주적 운영과 서비스 질 보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2000년~2023년 사이 전 세계 80개국 1,341개 도시에서 1,712건이 넘는 재공영화 사례가 확인되는 등 국제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에서는 민간 중심 보건의료·돌봄 영역의 공공 비중 확대, 민간위탁·외주화의 공영화 전환, 공공기관의 민주적 지배구조 강화 등 다섯 가지 방향의 재공영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진단됐다. 모두의 단체교섭은 사업장 단위 교섭을 정부·지자체·업종·지역 단위의 중층적 초기업 교섭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공공성 의제를 교섭의 핵심으로 설정해 노동권과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잇는 연대의 고리로 삼는 전략이다.

이번 정책대의원회 에서는 공공성과 노동권을 연계해 투쟁해온 주요 현장들의 지정토론도 진행됐다.

▲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윤태석 지부장(좌상),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윤진영 정책교육실장(우상),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이석주 조직부장(좌하),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 최무덕 본부장(우하)

‘공공성 요구로 파업하는 서울대병원분회’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지부장은 서울대병원분회가 ‘모두의 단체교섭’을 이미 현장에서 실천해온 사례를 발제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매년 임단협을 통해 담배판매 금지, 2인실 병상 확보, 환자 식사에 우리 농·축산물 사용, 버거킹 철거, 다인용 병상 확보, 어린이 진료비 상한제, 삼성생명 보험창구 폐지 등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의료공공성 강화 요구를 함께 쟁취해왔다. 2023년에는 의료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7일간 파업을 진행해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윤 지부장은 2026년 서울대병원분회의 목표로 ‘누구나 어디서나 건강할 권리를 위해 의료와 돌봄을 공공재로 전환한다’는 방향을 제시하며, 노동권 쟁취를 위해 모든 병원·돌봄 노동자를 조직하고 자본과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노동자·민중과 연대하며 혁신과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분회의 사례는 단체교섭이 조합원 이익 보호에 머무르지 않고 공공성 의제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실천적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 공공성과 사회연대’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윤진영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책교육실장은 설립 초기부터 ‘방송통신공공성 강화’와 ‘더불어 사는 삶·아래로 향하는 연대’를 핵심 구호로 내세운 희망연대노조의 실천을 소개했다. 희망연대노조는 2010년 케이블방송 딜라이브지부에서 출발해 SKB, LGU+, KT까지 통신 전반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를 포괄하며 조직을 확대해왔다. 윤 실장은 노동자가 동시에 시민이자 지역 주민임을 강조하며, 인권·환경 등 재생산 영역의 문제를 간과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의 실천 방향으로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쟁취, 노동조건 개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사회공헌사업 확대를 제시했다. 희망연대본부는 2011년부터 매년 3억 원 이상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총 48억7천만 원을 아동·청소년, 이주민, 장애청소년 지원 등 지역 나눔 사업에 사용해왔으며, 이는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 개선과 공공성 의제를 동시에 연결하는 ‘모두의 단체교섭’의 실질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공영화와 모두의 단체교섭, 철도·지하철도 함께한다’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이석주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조직부장은 철도지하철 분야에서 이미 공영화 투쟁과 교섭 주체·의제 확장 실천을 쌓아왔다고 밝혔다. 서울 9호선 다단계 위탁 구조 해소, 김포골드라인 공단 설립 추진, 용인경전철 공영화 투쟁 등 민간 도시철도의 노선별 공영화 투쟁을 전개했고, 2026년 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발표에 맞춰 민간투자사업 확대를 저지하는 정책 대응 사업을 준비하며, 진보당 윤종오 의원실과 함께 공공재정으로 건설된 철도·지하철의 민간위탁 금지를 담은 도시철도법·철도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조직부장은 국토부가 추진하는 기관사 감시 카메라 설치 저지를 위한 5만 입법청원 운동을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과 함께 전개한 사례를 들며, 개별 사업장 교섭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산업 전체 의제는 교섭 주체를 확장하는 산별 집중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무임수송 PSO 재정지원 투쟁을 시민들과 함께하는 투쟁으로 발전시키고, 기재부·행안부·지자체 등 실질적 사용자를 교섭 테이블에 세우는 노정교섭 실현이 ‘모두의 단체교섭’의 핵심 과제임을 밝히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산별노조 전환 완성에 함께 전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와 시민사회 간 낮은 신뢰를 뛰어넘는 지역에서의 일상적 연대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최무덕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 본부장은 2019년 출범해 올해 7년째를 맞은 부산공공성연대의 경험을 통해 노조와 시민사회 간 일상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산공공성연대는 매월 운영위원회·집행위원회·정책위원회를 운영하며 정세토론회, 공공정책포럼, 지방선거 대응 등을 이어왔고, 공공기관 노동협의회 설치 조례, 노동이사제 조례, 공공기관 공공성 강화 조례 등을 제정하는 성과를 냈다. 최 본부장은 부산시가 3월 공공기관 인사·조직 기준 지침을 통해 노사 교섭 결과까지 사전 승인하겠다는 관료적 통제를 드러냈다며,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가 한국노총 공공연맹과 함께 8개 공공기관 7,500명의 이름으로 노정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방 공공기관이 시민 복리 증진이 아닌 자본 축적 촉진 기능 강화에 치우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공공기관의 공공성 강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자본주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공공성을 의제로 한 교섭은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간 일상적 연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되어야 하며, 공공부문 체제 전환 운동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부산공공성연대 7년의 경험이 서로에 대한 낮은 신뢰를 일상적 실천의 누적으로 극복해온 소중한 자산이며, ‘모두의 단체교섭’을 위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종합토론에서는 온라인과 현장에서 제출된 산별전환, 공영화, 비정규직 노동자, 특고·플랫폼 노동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모두의 단체교섭 전략에 대해 단순히 외국의 사례를 이식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산업적, 지역적 특성에 맞는 모델을 찾아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산별노조의 운동 방향이 구호에 머무르는 담론이 아닌 조합원들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제시가 함께 이루어져야한다는 의견등 제시된 실천과제를 보완하는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다. 또, 노조가 지속해온 비정규직 철폐투쟁이 발전전략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공공부문 직접고용 등의 의제가 핵심가치로 명문화 되야된다는 의견, 플렛폼 노동 등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대응하는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되고 토론됐다.

노조는 향후 정책대의원회의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산별노조의 내용적 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논의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