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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은 5일 오전 11시 서울역 1번 출구 앞에서 ‘한 달 전 줄 서도 못 쓰는 연차휴가-인력감축이 낳은 쉼 없는 일터! 철도공사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철도공사에 연차·병가 통제 중단과 단체협약 준수, 현장 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철도노조는 연병가 사용을 제한하고 단체협약을 위반해 휴일근무를 부과한 사업소 책임자들을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승무사업소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연차휴가를 선착순으로 승인하고 있으며, 승무원들은 휴가를 사용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사업소에 줄을 서고 있다. 2026년 7월 한 사업소에서는 연차 신청 159건 가운데 64건에 사용 금지가 통보돼 신청 건수의 약 40%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5년 운전승무원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3%가 희망한 날짜에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고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연차 신청이 거부될까 걱정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95.6%에 달했다. 노조는 2019년 예비인력 비율이 8.5%에서 6.6%로 축소된 데 이어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승무분야 정원이 사실상 445명 줄어들면서 휴가 통제와 휴일근무가 전국적인 문제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용희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 병점승무지부장은 병점승무사업소에서 관리자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연차 신청서 제출 자체를 받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반려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탈 사람이 없으니 나중에 다시 오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연차 사용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휴가와 결원으로 발생한 공백에는 기존 기관사뿐 아니라 현장을 관리해야 할 팀장까지 열차 운행에 투입되고 있으며, 대체 인력 확보에 급급해 기관사가 운행 전 반드시 받아야 할 안전교육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공사 구간과 속도 제한 구역, 최근 사고 사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업무를 맡기는 운영은 승무원의 피로 문제를 넘어 수도권 전철 이용객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실질적인 인력 충원과 연차 사용 보장을 요구했다.

김성호 전국철도노동조합 청량리고속기관차승무지부장은 휴일 대체근무를 일정 기간의 연장·휴일근로 한도 안에서 시행하도록 정한 동력차승무원근무기준 제28조 제2항이 승무원의 휴식과 열차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승무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연병가를 반려하거나 휴일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면서 규정의 취지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기관사의 병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와 2개월 동안 예정된 휴일 9차례 가운데 8차례를 쉬지 못한 사례를 들며, 휴양시간과 휴일은 선택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 복지가 아니라 집중력과 판단력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 조건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지부장은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휴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호를 강화하고 대체근무를 담당할 현장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선 전국철도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휴식권 보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철도공사가 연차와 병가를 통제하는 것은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철도공사가 안전 최우선과 일·생활 균형을 내세우면서도 현장에서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연차 신청을 여러 차례 거부하고, 인력 감축과 결원에 따른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차휴가는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불규칙한 교번근무로 누적된 피로를 회복하고 다시 안전하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부당한 연차 통제 중단과 근로기준법·단체협약 준수, 현장 인력 충원, 노동자의 희생에 의존하는 인력 운영 방식의 폐기를 철도공사에 요구했다.

정주회 전국철도노동조합 운전국장은 철도공사에 연병가 통제 중단과 휴일보장 협약 준수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동일한 위반이 반복돼 법적 대응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연차와 병가 사용을 제한한 사업소장, 단체협약을 위반해 기관사에게 휴일근무를 부과한 사업소장을 각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승무사업소에서 추가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개별 사업소 단위의 대응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사례를 취합해 일괄 고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고소 절차와 함께 계획 단계부터 승무원이 배정되지 않는 운행을 줄이고 휴가·교육·임시열차 운행에 대응할 예비인력을 확보하도록 철도공사에 요구할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단체협약에 따른 휴일과 휴양시간을 준수하는 준법투쟁을 추진하고, 인력 충원을 핵심 요구로 내건 총력투쟁 계획도 마련하기로 했다. 철도노조는 현장 인력 충원과 온전한 휴식권 보장이 이뤄질 때까지 법적 대응과 현장 투쟁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