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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수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솔 진보당 의원, 노동자권리연구소 주최로 1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신당역 여성노동자 젠더폭력 살해사건 4주기 ILO 190호 협약 비준 전략 국회토론회’를 열고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의 조속한 비준과 젠더폭력·괴롭힘 근절을 위한 국가 책임 및 사업주 의무 강화를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산업안전보건법의 젠더반응적 개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현장 2인 1조 근무 의무화 입법을 요구하고 사업장 단위 위험성평가와 단체교섭을 통해 일터 젠더폭력 예방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장은 아르헨티나와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해외 노동조합의 ILO 190호 협약 비준 캠페인 사례를 소개하며 협약 비준을 실제 사업장 변화로 연결하는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했다. 성희롱·성폭력·스토킹 등 젠더폭력 관련 제도가 개별법에 흩어진 상태로는 일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통합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며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약 비준 이후에도 사업장별 위험성평가와 단체교섭을 통해 젠더폭력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예방조치를 노동조건으로 구체화해야 실질적인 이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현경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은 신당역 참사 이후 사내 전산망의 개인정보 접근 차단 등 절차적 개선이 이뤄졌지만 현장 노동자가 체감하는 안전 수준은 충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4년 성희롱 가·피해자 106명의 명단이 사내 대화방에 유출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들어, 젠더폭력을 개인의 일탈로 처리하는 데 머물지 말고 조직구조와 성차별적 문화를 함께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안전의 최소 조건으로 2인 1조 근무를 법제화하고 성비위 예방·처리 매뉴얼을 개정하는 과정에도 노동조합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박주영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은 ILO 190호 협약이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롭게 일할 권리와 이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적극적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이 성희롱을 ‘성적 언동’ 중심으로 규정하고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 중심으로 판단해 성차별적 괴롭힘과 적대적인 고용환경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젠더폭력과 괴롭힘을 포괄적·통합적·젠더반응적으로 규율할 법적 개념을 마련하고 사용자의 위험성평가와 피해자·신고자·증인 보호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 해소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근로기준법의 기본원칙과 사용자 책임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LO 190호 협약이 직장 안에서 발생한 폭력뿐 아니라 가정폭력과 스토킹처럼 일터 밖에서 시작된 폭력이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생활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룬다는 점에 주목했다. 젠더폭력 정책의 성과를 단순한 신고 건수 증감으로 평가해서는 피해 이후의 노동권 침해와 일상 회복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고용 유지와 일상 복귀를 중심에 둔 젠더반응적 이행·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이 협약 취지를 선도적으로 적용해 민간 부문까지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성희롱 피해자가 법적 판단을 통해 권리를 인정받은 뒤에도 일터에서 2차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대한항공 사례를 통해 짚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성희롱 피해자가 복직한 이후 부당한 업무배치와 공개적 낙인을 겪고 전수조사 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됐다고 밝히며, 사업장에 매뉴얼과 규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젠더 권력관계와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제도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 수 있다며 ILO 190호 협약을 조속히 비준해 피해 예방과 노동권 회복을 포괄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강연 고용노동부 국제협력담당관실 과장과 송지은 성평등가족부 성폭력방지과 과장은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해 각각 ILO 190호 협약 비준 현황과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대응체계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회 참가자들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신당역 참사 4주기를 일터 젠더폭력 대응을 사후 처리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ILO 190호 협약 비준과 노동관계법의 젠더반응적 개정,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2인 1조 근무 의무화 입법을 요구하는 한편 사업장에서는 위험성평가와 단체교섭,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범사회적 연대투쟁을 확대해 올해 안에 ILO 190호 협약 비준과 관련 법·제도 정비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