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앞에서 농성한지 100일이 되었다. 차별과 억압 받은 부산지하철 청소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부산시장에게 책임지라고 호소했다.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는 작년 12월 5일 부산교통공사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시청역 대합실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오늘 우리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부산공공성연대와 함께 농성 100일 차를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한 날로부터 3년, 지방선거 도입 23년 만에 부산시장 정권교체가 된 지 22개월이 지났다. 2019년 1월부터 1년 4개월 매일 아침 시청과 부산교통공사에서 선전전을 했다. 한겨울을 꼬박 보내며, 5개월간 차가운 바닥에서 100일 농성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변한 게 없다.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는 1985년 지하철 개통 때부터 비정규직 용역노동자로 차별받았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후, 우리는 부산교통공사 직원이 될 날만을 기다렸다. 35년의 차별보다 더 길었던 지난 3년, 우리는 배제된 인생을 살고 있다.
작년 7월 부산지하철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파업했다. 그 파업을 통해 정규직 일자리 540개가 만들어졌다. 청와대부터 부산시, 부산교통공사는 나날이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는 변한 게 없다.
2019년 단체교섭을 아직도 체결하지 못하고, 2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10년치 퇴직금을 날리게 된 노동자가 있다. 부산지하철 비정규직은 노동권과 생존권을 박탈당한 채 정규직 전환에 목매는 ‘희망 고문’속에 버티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범법행위 성추행을 덮기 위해 도망치듯 사퇴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착잡했고 난감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오거돈’에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지 않았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해결할 일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투쟁을 멈출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오거돈’의 부재라는 또 한 가지의 핑계를 덧붙이지 마라.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약속을 지키면 되는 일이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2009년 공공부문 최초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연대하여 통합 노조를 만들었다. 10년의 경험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한마음으로 투쟁하고 있다. 게다가 오늘 이 자리에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시민을 대표하는 부산공공성연대가 모였다.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의 투쟁은 어느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절한 투쟁에 머물지 않는다. 부산의 노동자와 시민이 모두 모여 행복한 도시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투쟁이다.
우리는 이제 농성장을 지키는 투쟁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확산 저지방법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투쟁을 확대할 것이다. 우리가 직접 서울로 가서 호소할 것이다. 부산으로 전국의 이목이 몰리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해 전면적인 투쟁을 진행하는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새로운 사회적 모델을 알려내고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민 여러분께 간곡하게 말씀드린다. 부산지하철에서 모든 노동자가 행복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다는 것은 시민 여러분이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갖는 일이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실현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2020년 4월 29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 부산공공성연대, 부산지하철노조를 대표해서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 황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