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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참사 10주기를 맞아 ‘위험업무 2인1조 의무화 법개정 토론회’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복되는 단독 위험작업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짚고, 위험업무 2인1조 작업을 법률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집중 제기됐다. 토론회에는 공공운수노조와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장 사례와 입법 과제를 논의했다.

공공운수노조 엄길용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구의역 참사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위험의 외주화와 단독 위험작업 구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며 “노동자 한 명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현실을 끝내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인1조는 단순한 작업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밝혔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김정섭 상임의장은 “위험한 작업 현장에 노동자 곁을 지켜줄 동료 한 명이 있다는 것은 생존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국회에 발의된 2인1조 법안이 더 이상 계류되지 않고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 토론회가 멈춰 있는 입법 논의를 다시 움직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구의역, 태안화력, SPL 제빵공장까지 수많은 노동자들이 혼자 작업하다 목숨을 잃었다”며 “2인1조 의무화는 노동 현장에 적용될 가장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추락·질식·선로 유지보수·위험물 취급 등 고위험 작업에 대해 2인 이상 작업을 법률로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앞선 현장증언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연신내역 감전 사망사고와 태안화력발전소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사례가 소개됐다. 서울교통공사노조 장명곤 기술본부장은 지난해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발생한 감전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당시 현장에는 3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작업자 1명이 사각지대에서 혼자 작업하고 있었고 감시자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류상 2인1조가 아니라 실제로 작업자를 감시하고 구조할 수 있는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며 “정원 감축과 예산 부족 속에서 형식적인 2인1조만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본부장은 특히 연신내역 사고 이후에도 서울대입구역 전기실에서 유사한 감전사고가 재발생했다며 “2008년부터 추진하겠다던 전기실 이중화 사업도 예산 부족으로 수십 년째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2인1조가 가능하려면 안전인력 확충과 작업환경 개선 예산 확보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발제를 맡은 정책연구소 이음 한인임 이사장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의미와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현재 2인1조 작업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수준에만 규정돼 있어 실제 현장에서 강제력이 매우 약했다”며 “위험작업에 대한 2인1조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고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강득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추락 위험 작업, 질식 위험 작업, 선로나 삭도 유지·보수 작업, 위험물 저장·취급 작업, 고압가스 설비 유지보수 작업 등에 대해 ‘다른 근로자가 작업 상황을 관찰하면서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2인 이상 1조 작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한 이사장은 이어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도 이미 다양한 형태의 ‘감시자 배치’ 의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크레인 수리, 고소작업대 작업, 전기 충전전로 작업, 열차 선로 보수, 밀폐공간 작업 등 다수의 위험업무에서 감시인·유도자·화재감시자 배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 안전관리지침과 서울교통공사 내부 규정에도 2인1조 원칙이 이미 포함돼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장은 “결국 문제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안전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는 구조에 있다”며 “기획재정부의 인력·경영평가 구조 속에서 공공기관들이 안전인력 확충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토론에서 “구의역 참사 이후 10년 동안 혼자 작업하다 사망한 노동자가 3,88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부 산업재해 현황 분석을 근거로 “사고사망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단독작업 중 사망했으며, 인원 배치 부적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인1조와 적정인력 투입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한창운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철도·지하철 현장에서 여전히 단독점검과 야간작업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실제 작업을 멈출 권한과 적정인력 확보가 보장되지 않으면 2인1조 원칙은 현장에서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조일한 사무관은 현행 산업안전보건 규정과 위험업무 관리 기준을 설명하며 입법 논의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국회입법조사처 이동영 입법조사관은 위험업무 범위 설정과 사업주 책임 규정 등을 향후 입법 과정의 주요 쟁점으로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반복되는 단독 위험작업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2인1조 법제화와 적정 안전인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