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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밀안전진단제 폐기하고 차량내구연한제 복원
■ 싸구려 전동차 도입 막는 법제도 개선 시급
■ 궤도협의회 1만 차량 조합원들의 공동투쟁 만들 것

지난 2월 3일,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차량직종의 대표자들이 서울교통공사노조 차량본부 회의실에 모였다. 공항철도노조, 대전도시철도노조, 부산지하철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인천교통공사노조, 철도노조(가나다 순)의 차량본(지)부장들이 온/오프라인으로 21년 제1차 협의회 차량직종대표자회의를 가진 것이다.

수년 전 차량 정비면허 및 정비기관인증제 도입으로 전국 철도운영기관의 차량 노동자들이 공동 대응을 하고 난 이래, 작년에는 정비기지 내 감시카메라 설치 시도 저지 투쟁과 차량 일상 점검 강화 시도에 맞서 공동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올해 대표자들은 차량 노동자들의 연대를 강화하고 철도 안전을 위한 청사진을 갖고 투쟁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 이번 대표자회의에서 21년 공동 사업계획을 논의, 공동 투쟁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이번에 대표자들이 결정한 사항은 노후 열차의 수명을 늘리는 데 쓰였던 정밀안전진단제를 폐지하고 대신 차량내구연한제를 복원하며 운영기관의 전동차 저가입찰을 막을 수 있게 철도안전법을 개정하기 위해 공동 투쟁한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정비, 검수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 사항도 발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사실, 정비 업무의 노동강도가 정비사항, 정비주기, 인력 등에도 영향받지만, 이에 못지 않게 차량 자체의 상태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려진 것이다. 실제로 노후 전동차는 부품 조달의 어려움부터 잦은 장애 때문에 정비 사항을 늘린다. 또한 저가 입찰로 들어온 새 전동차 역시 예상 밖의 잦은 장애와 불량으로 골치거리가 되기 일쑤다. 그런데,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과거 보수 정권이 철도안전법을 개정 정밀안전진단제를 도입, 얼마든지 전동차 수명을 늘릴 수 있도록 하면서 차량내구연한제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차량을 정비 중인 철도 노동자(사진: 철도노조)

이같은 제도 개악은 재정난을 겪는 운영기관에게는 전동차 교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구실이 되었다. 하지만, 정비 노동자들에게는 업무 강도를 늘리고 장애나 사고 시 책임을 껴안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한편,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전동차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재정난이라는 같은 이유로 운영기관은 신차 도입 시 저가입찰을 제작사들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차량 자체의 문제를 건들지 않은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마지막엔 현장의 정비 노동자들만 골병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비 주기와 인력의 문제 역시 중요하지만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하면서, 우선 전동차 자체의 문제를 제기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투쟁을 위해 차량직종대표자회의는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와 함께 전국 열차 차량 기지와 정비창에서 현수막, 포스터, 대자보, 조합원 등자보, 설문조사, 토론회 등 캠페인을 통해 조합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이에 의하면 작년 승무(운전) 노동자들이 한 해 전국적인 공동투쟁을 벌였듯이, 올해엔 차량 노동자들도 그에 뒤지지 않는 투쟁을 벌인다. 적어도 여름이 되기 전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의원들을 통해 법안 발의를 하고 가을엔 공동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올 계획인 것이다.

차량직종대표자회의는 2・18 18주기에 맞춰, 2월 17일 대구에 모여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