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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로 기관사 노동 감시… 노동자 기본권 침해 불가피
감시와 처벌 아닌 근본적 원인규명 위한 안전문화 정착 절실
심상정 의원, ‘운전실 감시카메라의 문제점과 철도안전을 위한 대안’ 발표회 주최

국토부가 운전실 감시카메라 의무설치 면제조항(철도안전법 시행령 30조) 개정을 이르면 3월 이내에 입법예고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5일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승무직종 대표자회의(이하 승무직종 대표자회의)가 <철도차량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설치 운영의 문제점과 철도안전을 위한 대안>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철도지하철 승무직종 노동자들 110여명이 모여 인권침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감시카메라 설치를 강행하려는 국토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토부는 ‘철도차량 운전실 CCTV 설치방안’ 연구용역 중간발표회(23.12.26)’에서 운전실의 CCTV 설치의 목적으로 ‘정확한 사고조사’, ‘기관사 경계태세 유지’, ‘일탈행위 방지’를 제시했다. 이어 대안 발표회가 진행된 15일 국토부는 연구용역 관련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승무직종 대표자들이 감시카메라 설치를 위한 공청회 저지를 공언한 가운데, 국토부는 돌연 공청회 일정을 취소했다. 

면제조항 삭제시도는 2019년 해당 조항이 모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감사원 지적에서부터 시작됐다. 조연민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입법당시 영상기록장치에 대한 설치 기준과 방법을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어, 해당 조항을 의무조항이라고 해석한 감사원의 지적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조 변호사는 해당 조항을 의무화로 해석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승무직종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변호사는 CCTV 설치 목적이 일부 정당성을 갖췄다 하더라도 CCTV를 대체할 수단(전국의 모든 기관차에는 운전취급 상황을 1/100초까지 기록한 운행정보기록장치가 설치되어 있음)이 있는 경우까지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수단의 적합성’을 벗어났고, CCTV설치로 달성할 공익에 비해 기관사의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커 ‘법익의 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입법목적과 관련이 없는 기관사의 생리현상까지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철도사고에 대한 문제의식과 안전철학을 강조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전문위원은 “국토부의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시도는 철도 안전철학의 명백한 후퇴”라 규정했다.  2019년 UIC 연례 안전보고서에 의하면, 사고발생원인 중 철도 내부원인 7.4%이며 이중 인적요인 3.6% 가운데 기관사의 실수는 0.7%에 불과하다. 박 위원은 감시카메라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휴먼에러를 철도사고의 핵심 문제로 부각해 정작 중요한 사고요인들을 놓치게 하는 가림막 역할을 할 뿐”이라며 “철도사고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기관사 밖에 훨씬 더 큰 비중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철도안전을 위해 가장 집중해야할 요소와 분야가 어딘지 실증적 데이터로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SR 서일본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를 사례로 들며, “사고 배경에는 1초라도 늦으면 시말서를 쓰고, 지상근무를 하면서 규정 베껴써야 했던 처벌중심적인 안전문화가 있었다”며 “행정편의주의를 벗어나 책임자 처벌이 아닌 근본적인 사고원인규명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관사들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강조한 한임인(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각종 업무에서 발생하는 업무상의 괴롭힘이 승무직종 노동자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오히려 안전을 해칠 수 있다”며  “이미 우리나라 승무노동자들은 충분히 경각심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업무 중이며, 감시카메라가 오히려 안전운행에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이사장은 “감시카메라에 대해 기관사 98%가 적극반대하는 상황에서 감시카메라 설치를 강행하는 국토부의 안전정책은 ‘감시와 통제’를 강조하는 전근대적인 안전문화라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기관실은) 생리 현상도 해결해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화장실 다녀오기도 힘들어 동료들이 관련 질병도 많이 갖고 있고, 여성 기관사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국토부에서 갖고 이 정책을 추진하는 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015년 처음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법이 발의 됐을 때, 승무직종 대표자들과 함께 개정안을 발의했었다”며 “국토교통부 위원으로서 인권을 토대로 한 안전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승무직종 노동자들은 감시카메라 설치를 반대하는 사복투쟁과 역사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19일부터 시간외 거부투쟁을 거쳐 통합대대, 기관사 면허증 반납투쟁 등 총력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문제점과 대안 발표회 자료집 보러가기

https://bit.ly/4bC1No1

 

발표1. 한인임 이사장(정책연구소 이음)
열차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가 기관사 건강과 철도안전에 미치는 영향

발표2. 조연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운전실 영상기록장치 설치 의무화의 법적 문제점

발표3. 박흥수 철도전문위원(사회공공연구원)
철도 안전철학의 퇴행, 국토부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